엘리베이터를 타고 11층에 내려 매장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고소한 치즈 향과 은은한 마늘 냄새가 훅 끼쳐와 뱃속이 요동쳤다. 과거 명동 인근에서 일하던 시절, 퇴근 후나 특별한 점심 약속이 있을 때면 유네스코회관 바로 옆을 지나며 자주 찾았던 곳이라 문을 여는 순간부터 묘하게 반가웠다.
2011년에 문을 열어 10년이 훌쩍 넘는 시간 동안 명동 바닥에서 살아남은 데는 확실한 이유가 있다. 요즘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 생기는 인스타 감성 핫플레이스는 아니지만, 묵직하고 클래식한 분위기 덕에 여전히 모임 장소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유네스코회관 11층이라는 위치의 장단점
매장의 가장 큰 경쟁력은 명동 거리 중심부인 유네스코회관 11층에 있다는 점이다. 복잡한 명동 바닥에서 창가 쪽 자리에 앉으면 탁 트인 하늘 뷰와 도심 풍경을 내려다볼 수 있어 개방감이 좋다. 홀 좌석 간격도 적당하고 프라이빗하게 분리된 다양한 크기의 룸도 마련되어 있다.
다만 오래된 명동 복합빌딩 특성상 전용 주차 지원이 안 되고, 인근 공영주차장을 알아서 이용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차로 방문한다면 유료 주차장 요금을 각오해야 해서 대중교통이 훨씬 합리적이다. 평일과 주말 모두 오후 3시나 3시 50분부터 5시까지 브레이크타임이 엄격하게 적용되고 라스트오더 시간도 타이트해서, 애매한 시간에 갔다가 헛걸음할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신메뉴 캐롯 테이블과 10년 단골 피자 맛 평가
이번 방문은 시즌 신메뉴 '캐롯 테이블' 라인업을 맛보기 위해서였다. 메뉴판에는 치킨, 스테이크와 어우러진 후무스 플레이트 등 당근을 활용한 메뉴가 다양했는데, 평소 해산물을 즐기는 입맛이라 '당근 퓨레 & 문어 뇨끼'를 골랐다. 여기에 10년 넘게 변함없이 주문하는 시그니처 '블루베리 & 루꼴라 피자'와 에이드까지 추가했다.

서빙 로봇이 자리로 가져다준 당근 퓨레 & 문어 뇨끼는 쨍한 주황빛 소스 색감부터 눈길을 끌었다. 당근 특유의 흙냄새 없이 은은한 단맛이 도는 퓨레가 크림처럼 꾸덕하고 진하게 끓여져 나왔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쫄깃한 감자 뇨끼에 짭조름한 문어 다리를 올려 소스에 찍어 먹으니 짠맛과 단맛의 밸런스가 좋았다. 소스가 꽤 진해서 나중엔 숟가락으로 바닥까지 떠먹게 된다.


이 집에서 빼놓을 수 없는 건 오징어 먹물로 까맣게 구운 도우 위에 루꼴라와 생블루베리, 호두, 치즈를 산더미처럼 올린 블루베리 & 루꼴라 피자다. 도우가 얇고 쫄깃해서 한 조각을 떼어 손으로 돌돌 말아 한입에 베어 물어야 토핑이 떨어지지 않고 제대로 맛을 느낄 수 있다. 달콤상큼한 블루베리와 쌉싸름한 루꼴라, 고소한 치즈가 섞이는 맛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었다.
다만 단맛 도는 피자나 야채 맛이 강한 식감을 선호하지 않는 페퍼로니파 성향이라면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손으로 말아 먹어야 해서 소개팅 초반 자리에서는 모양새가 신경 쓰일 수 있다는 점도 사소한 단점이다.

가격대와 모임 장소로서의 경쟁력
메인 파스타와 뇨끼류는 2만 원대 후반에서 3만 원대 초반으로, 런치 기준 가벼운 가격대는 아니다. 신메뉴인 당근 퓨레 & 문어 뇨끼도 단품 가격이 다소 높게 느껴질 수 있다. 다만 명동 한복판 11층에서 누리는 쾌적한 공간감과 서버들의 응대, 오래 검증된 레시피의 완성도를 생각하면 지불할 가치는 있다.
2인 이상 방문한다면 단품보다 할인율이 적용되는 캐롯 테이블 세트나 프리미엄 세트로 음료와 샐러드를 묶어 주문하는 편이 계산서 부담을 덜어준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면서 든 생각은, 유행 따라 한두 달 만에 사라지는 프랜차이즈들 사이에서 이렇게 오랜 시간 한자리를 지켜주는 식당이 있다는 것 자체가 고맙다는 마음이었다. 옛 직장 동료들과의 모임이나 부모님을 모시고 조용하게 명동에서 식사할 곳을 찾는다면 여전히 실패 확률이 낮은 선택지다.
마노디셰프 명동점 핵심 정보
- 위치: 서울시 중구 명동길 26 유네스코회관 11층
- 영업시간: 평일 11:00~21:30 / 토 11:00~21:30 / 일 11:00~21:00
- 브레이크타임: 평일 15:00~17:00 / 토·일 15:50~17:00
- 라스트오더: 평일 점심 14:00, 저녁 20:30 (주말은 요일별 상이하니 확인 필수)
- 대표 메뉴: 당근 퓨레 & 문어 뇨끼 31,900원 / 캐롯 테이블 2인 세트 89,900원~
- 주차: 건물 내 전용 주차 불가, 인근 유료·공영주차장 개별 이용 필요
- 팁: 창가 스카이뷰나 프라이빗 룸을 원하면 캐치테이블이나 네이버 예약으로 사전 지정 권장. 피자는 도우를 손으로 돌돌 말아 쥐고 먹는 게 가장 맛있음
10년 넘게 자리를 지켜온 곳답게 신메뉴도, 시그니처 메뉴도 믿고 갈 만하다. 명동에서 조용히 식사할 장소가 필요하면 다시 떠오를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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